Decenter 2026-06-29 18:00

BIS는 왜 스테이블코인을 반대할까

BIS는 왜 스테이블코인을 반대할까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이 수년째 민간 스테이블코인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BIS는 은행 시스템과 통화정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며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와 예금토큰을 차세대 통화 인프라로 제시해 왔다. 전문가들은 BIS가 통화 신뢰와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스테이블코인과의 공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29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BIS는 28일(현지시간) 공개한 연례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대규모로 확산될 경우 은행 예금 감소와 대출 위축, 통화정책 영향력 약화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신흥국으로 확산되면 통화주권이 약화되는 달러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는 올해 처음 나온 입장은 아니다. BIS는 기존에도 수차례 보고서를 통해 화폐가 갖춰야 할 핵심 요건을 스테이블코인이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간 스테이블코인보다 중앙은행 지급준비금과 상업은행 예금을 토큰화하는 방식이 통화 시스템의 신뢰를 유지하는 데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도 BIS 통화경제국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여러 연구 보고서와 강연에서 스테이블코인이 시장 충격 시 가치 안정성을 잃을 수 있고 금융시장으로 위험이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김종승 엑스크립톤 대표는 “100% 준비자산을 보유한다고 해서 액면가가 자동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라면서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면 준비자산보다 먼저 2차 시장 가격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문제가 생겨도 상환·운영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BIS는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이라고 불린다. 중앙은행 중심의 사고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중앙은행가 입장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통제권 밖으로 기존 통화정책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신 총재가 BIS 국장 때부터 스테이블코인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한은이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을 마지 못해 인정하면서도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나 은행 예금을 바탕으로 한 예금토큰을 띄우는 것도 이의 연장선이다.

BIS는 화폐가 갖춰야 할 핵심 특성으로 화폐의 단일성을 제시했다. 현금과 은행 예금 등 동일한 통화 단위로 표시된 화폐는 언제 어디서나 액면가로 교환·상환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그래야 화폐의 신뢰와 네트워크 효과가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종섭 서울대 교수는 BIS가 강조하는 액면가 교환성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해법은 다를 수 있다고 봤다. 그는 “돈은 많은 사람이 언제 어디서나 같은 가치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BIS가 통화의 단일성과 신뢰를 중시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모든 금융 서비스를 하나의 원장에서 처리하기보다 용도별로 특화된 멀티체인이 상호운용성을 확보하는 방향이 효율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BIS가 기존 금융 시스템을 전제로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고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블록체인 업계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이 아닌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유통되는 새로운 통화 인프라”라며 “기존 통화정책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스테이블코인 환경에 맞는 통화정책과 감독 체계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술 변화를 기존 제도의 틀에 맞추기보다 새로운 환경에 맞는 정책 수단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예금토큰, CBDC가 공존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이 중 스테이블코인은 개인, 예금토큰은 기업을 중심으로 쓰일 수 있다는 말도 있다. 김 대표는 “예금토큰과 스테이블코인은 경쟁 관계가 아니라 용도에 따라 공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출처: De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