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결제에도 세금...코인 과세 앞두고 곳곳이 빈틈
내년부터 가상화폐 과세가 시작되면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결제할 때도 세금이 발생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취득한 가격보다 결제 시점의 가격이 높다면 그 차액이 과세 대상 소득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지급결제 활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세법은 투자 목적의 가상화폐와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있어 과세 시행을 100여 일 앞두고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화폐를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에 대한 과세가 시행된다. 연간 손익에서 250만 원을 공제한 뒤 나머지 소득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실질 세율은 22%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도 이날 가상화폐 과세와 관련해 “구체적인 기준은 연내 국세청 고시로 공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예정대로 내년부터 과세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과세 자체의 필요성에는 대체로 공감하면서도 현재 제도로는 빠르게 달라진 가상화폐 시장을 제대로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0년 과세 체계를 설계한 뒤 스테이블코인과 스테이킹, 디파이(DeFi·탈중앙화금융), 실물연계자산(RWA) 등 새로운 상품과 거래 방식이 빠르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스테이블코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소득세법상 스테이블코인은 원화로 현금화하거나 다른 가상화폐로 교환할 때뿐 아니라 상품·서비스 구매에 사용하는 경우에도 발생한 차익이 과세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투자자가 1USDT를 1350원에 사들인 뒤 가격이 1400원일 때 물건을 결제하면 50원의 차익이 소득으로 잡히는 구조다. 달러 현찰을 낮은 환율에 사뒀다가 환율이 오른 뒤 사용하는 경우 개인의 환차익에 별도로 세금을 매기지 않는 것과 차이가 있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김치 프리미엄’까지 과세소득을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2024년 6월 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업비트의 USDT 가격을 해외 가격과 비교한 결과 프리미엄은 평균 1.09%, 최고 8.55%를 기록했다. 전체 814일 가운데 599일(73.6%)은 국내 가격이 해외보다 높았다. 달러 가치 변화뿐 아니라 국내외 시장 간 가격 차이까지 과세소득에 반영될 수 있는 셈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오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스테이블코인이 단순 투자자산이 아니라 일상적인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될 경우 이용자가 결제할 때마다 취득가격과 사용 시점 가격을 비교해 손익을 계산해야 할 수 있어서다.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자동결제 등 소액·다빈도 거래가 늘어나면 납세자의 계산 부담도 커질 가능성이 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스테이블코인이 지급결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 투자 목적의 거래와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인은 손실 못 넘기는데 코인 ETF는 가능
가상화폐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한 현행 체계도 논란거리다. 정부는 2020년 가상화폐 과세 체계를 만들면서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이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주식·채권과 별도의 기타소득으로 분류했다.
기타소득 분류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되는 것은 손실 이월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 해 가상화폐 투자로 손실을 입더라도 이를 다음 해 이익에서 빼줄 수 없다.
가령 첫해 비트코인 투자에서 20만 원을 잃고 이듬해 50만 원을 벌었다면 경제적인 순이익은 30만 원이다. 하지만 첫해 손실을 다음 해로 넘길 수 없어 세법상 이듬해 소득은 50만 원으로 계산된다.
반면 해외에 상장된 가상화폐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해외 주식 양도소득 과세 체계가 적용된다. 해당 ETF에서 발생한 손실을 다른 해외 주식·ETF의 양도차익과 같은 과세기간 안에서 상계할 수 있다. 동일한 가상화폐 가격에 투자하더라도 현물 코인인지 금융상품인지에 따라 손실을 세금 계산에 반영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셈이다.
이 후보자는 기타소득 분류에 대해 “소득포괄적 과세와 납세협력비용 완화 등 납세자에게 유리한 세제 적용을 위해서는 기타소득 분류가 적절하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 관계자도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가상화폐의 성격 등이 먼저 정의돼야 과세 체계를 바꾸는 논의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주식은 비과세인데 코인은 250만 원부터
기본공제를 둘러싼 형평성 논란도 남아 있다. 금융투자소득세가 시행 전에 폐지되면서 국내 상장주식을 거래하는 소액주주의 양도차익은 원칙적으로 과세되지 않는다. 반면 가상화폐는 연간 소득 250만 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세금이 붙는다.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기본공제 한도를 높이는 동시에 손실을 최소 5년 이상 이월해 공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기적으로는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과 가상화폐를 포괄하는 자산소득 과세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장이 변했는데 과세 규정은 2020년 당시 틀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도 있다. 당시에는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코인을 사고파는 것이 시장의 중심이었지만 현재는 스테이킹과 렌딩, 에어드롭을 비롯해 디파이, NFT, RWA 등 거래 구조가 다양해졌다.
각 거래에서 소득이 발생하는 방식과 경제적 성격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스테이킹 보상이나 에어드롭처럼 자산을 직접 매수하지 않고 취득하는 경우에는 취득 시점과 취득가액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도 실제 세액을 좌우한다.
해외 지갑서 들어온 코인, 취득가 어떻게 증명하나
과세 실무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취득가액 검증이다. 국내 거래소 안에서 사고판 가상화폐는 거래 기록을 확인하기 상대적으로 쉽지만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온 자산은 최초 취득 시점과 가격을 확인하기 어렵다.
DAXA는 “해외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통해 들어온 가상화폐는 취득 시점과 취득가를 검증할 공적 체계가 없다”며 “취득가액이 확인되지 않는 거래가 하나라도 포함되면 양도차익 산정 자체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투자자에 대한 과세 역시 변수다. 현행법은 거주자의 가상화폐 소득에는 소득세를 부과하고 비거주자에 대해서는 원천징수하는 체계를 두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체결한 조세조약 상당수에는 가상화폐에 관한 별도의 소득 분류가 없다. 국내법과 조세조약에서 소득의 성격을 다르게 판단할 경우 한국의 과세권을 둘러싼 논란이나 원천징수·환급 과정의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과세 시행 전 최소한 거래 유형별 세부 기준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히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제도화하면서 한편으로는 결제에 사용할 때마다 투자자산 처분과 동일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정책적으로 충돌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법을 통해 가상화폐의 법적 성격과 자산별 분류를 먼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제도가 충분히 정비되지 않는다면 과세 시행 시점을 추가로 유예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De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