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리서치 “韓 규제 블록체인에 내장”…해시드 ‘마루’ 분석
해시드가 개발 중인 한국 특화 블록체인 ‘마루(Maroo)’가 금융 규제를 블록체인 프로토콜에 직접 반영해 거래 단계에서 자동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제도가 바뀔 때마다 개별 사업자가 시스템을 손보는 대신 네트워크 차원에서 새로운 기준을 일괄 적용할 수 있는 구조가 특징이다.
웹3 전문 리서치사 타이거리서치는 18일 마루를 분석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이같이 평가했다. 마루는 해시드 산하 해시드오픈파이낸스가 주도해 개발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금융권에서는 트래블룰 등 규정이 바뀌면 각 사업자가 시스템을 별도로 수정해야 한다. 마루는 감독 당국과 금융기관, 법률기관 등이 참여하는 ‘법률 오라클(Legal Oracle)’ 위원회가 규제 기준을 설정하고 ‘프로그래머블 규제 준수 계층(PCL)’이 거래 실행 전에 이를 확인하는 방식을 택했다. 일종의 자동 검사 장치로, 기준에 맞지 않는 거래는 처리되지 않는다. 규제가 바뀌면 블록체인의 규제 관련 설정값(파라미터)만 수정해 마루 위에서 운영되는 서비스 전체에 새 기준을 일괄 적용할 수 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OKRW’를 네트워크의 기본 단위로 사용하는 점도 특징이다. 일반적인 블록체인은 가격이 오르내리는 가상화폐로 거래 수수료를 낸다. 반면 마루는 원화 가치에 연동된 자산을 사용해 수수료 변동성을 낮추도록 설계했다. OKRW 발행은 네트워크 운영 규칙에 따라 통제된다.
별도 메인넷을 구축한 것도 규제 대응과 연결된다. 해킹이나 불법 자금 이동이 발생했을 때 자산을 동결하거나 회수하려면 블록체인의 핵심 규칙을 직접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거래 정보는 당사자끼리만 볼 수 있도록 하되 감독기관은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필요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마루 개발에는 동남아시아에서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를 운영해온 샤드랩과 다수의 메인넷을 운영해온 딜라이트랩스도 참여한다. 세 조직 모두 서울에 팀을 두고 있다.
보고서는 마루가 개발되는 시점에도 주목했다. 내년 2월 전자증권법 시행을 앞두고 토큰증권 제도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토큰화된 주식이나 채권을 실제로 거래하려면 결국 ‘무엇으로 대금을 주고받을 것인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보고서는 이 결제 수단을 정하는 과정에서 토큰증권과 원화 스테이블코인 논의가 한 지점에서 맞물릴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마루는 특정한 제도 도입을 전제로 하기보다 향후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나 금융기관의 역할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관련 규칙을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규제가 확정된 뒤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제도적 시나리오에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먼저 갖춰두겠다는 취지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리서치센터장은 “제도가 확정된 뒤에 인프라를 고르는 방식으로는 시장 선점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규제가 어떻게 확정되든 반영할 수 있는 인프라를 미리 검증해 두는 것이 기관의 현실적 과제”라고 말했다.
출처: De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