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center 2026-10-01 18:00

“美, 코인거래소 지분제한 안해…비은행도 스테이블코인 찍는다”

“美, 코인거래소 지분제한 안해…비은행도 스테이블코인 찍는다”

스테이블코인 규율을 담은 미국의 지니어스법이 내년 1월 18일 발효된다. 달러 가격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들어오는 셈이다. 달러 기반의 디지털 결제와 정산이 본격화하면서 주식과 채권 같은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해 거래하는 온체인 금융으로의 전환이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에서는 금융시장의 판도가 통째로 바뀌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외환과 송금, 지급 결제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이다. 에이전틱 인공지능(AI)의 도입과 그에 따른 결제 시스템의 필요성은 스테이블코인의 중요도를 높이고 있다.

반면 한국은 뒤처져 있다. 스테이블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의 법적 정의와 분류 체계를 담을 업권법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대주주 지분을 15~20% 안팎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의 지분 과반을 은행이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가로막혀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디지털통화 시대에서도 글로벌 영향력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출신으로 이더리움 재무전략 업체 샤프링크를 이끌고 있는 조셉 샬롬 최고경영자(CEO)는 1일 “미국에서는 코인 거래소 지분 제한과 관련해 연방 차원의 상한(Cap)이 없다”며 “가상화폐 거래에는 주법이 적용되고 주마다 법은 다르겠지만 연방 차원에서 이런 식으로 지분 상한선을 두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서울경제신문의 사회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의 대담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샬롬 CEO는 블랙록에서 약 20년간 근무하며 디지털자산 사업을 이끌어온 인물이다. 2024년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처음 승인될 당시 블랙록의 관련 사업을 총괄하며 미 규제 당국과의 협의를 주도했다. 블랙록이 유에스디코인(USDC)의 준비자산을 운용하는 독점 자산운용 파트너로 참여하는 과정도 이끌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 은행이 ‘50%+1주’를 소유해야 한다는 한국식 규제 방안에 대해 “미국에는 은행이 과반의 지분을 갖도록 하는 규제가 없다”고 답했다. 샬롬 CEO는 “51% 이상이나 50% 이상처럼 특정 숫자를 정해놓은 것은 미국에 없다”며 “은행이 반드시 규제 준수를 보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 거래가 있으면 당국이 개입하는 식의 법적인 보호장치는 마련돼 있다”며 “규제와 관련해서는 면허를 받으면 거래를 할 수 있지만 이후 요구 사항을 충족하지 못하면 받은 면허를 잃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도 샬롬 CEO의 발언에 동의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컨소시엄에서 은행이 50%+1주를 가져야 하느냐는 것과 거래소 지분 상한 문제가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이 두 가지가 쟁점이 된 나라가 없다”며 “국내 은행 카르텔이 커서 나오는 말이라고 보며 둘 다 돼서는 안 된다고 본다”고 밝혔다.

민 의원은 ‘50%+1주’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래소가 굉장히 많은 이득을 가져갈 것이기 때문에 그 이익을 공공에 돌려야 한다는 측면에 동의하는 부분이 있다”며 “지금 이야기되는 15%, 20%에서 좀 더 높이는 범위를 협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민 의원은 또한 “다만 은행은 안전하고 그렇지 않은 곳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은 말이 안 된다”며 “이는 감독 당국이 편하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고 굉장히 좋지 않은 구조”라고 했다. 은행에만 기회를 주는 것은 진입 규제로 혁신에 도움이 안 된다는 뜻이다.

샬롬 CEO는 혁신과 관련해 △자발적인 거래 △고객신원 확인과 경제제재 준수 △시장 감시 등 기본 핵심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스테이블코인을 찍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래야만 시장의 자율성을 지키면서 새로운 혁신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샬롬 CEO의 말이다.

그는 “블랙록에서 USDC 준비자산을 운용할 당시에도 투명성을 최우선 원칙으로 두고 가장 높은 품질의 유동성 자산으로 준비자산을 구성하고 포트폴리오를 매일 공개했다”며 “외부 감사를 받고 무엇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상환할 수 있도록 실시간 상환 메커니즘을 갖췄다”고 말했다. 샬롬 CEO는 “당시 적격 수탁기관을 쓰고 보유 내역을 매일 공시하는 방식으로 투명성을 높였다”며 “가상화폐는 그 자체로 변동성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레버리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상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큰 틀에서 진입 규제보다 행위 규제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민 의원도 이에 공감했다. 시장 참여의 문은 열어두되 영업 과정에서 지켜야 할 의무를 명확히 하고 이를 위반하면 책임을 묻는 게 낫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진입 규제를 하면 불공평해지지만 행위 규제를 하면 본인이 책임지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해외 주요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분 규제를 둘러싼 논쟁을 조속히 해소하고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이 빠르게 제도권으로 편입되는 상황에서 한국만 지분 구조를 둘러싼 논쟁에 발이 묶여 있을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시장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법을 통과시켜놓고 시행령을 만들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는 할 수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에 기다려 달라고 할 수는 없다”며 “내년부터 가상화폐 과세를 시행한다고 하는데 기본법을 만들지 않고 과세부터 하는 것도 염치가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민 의원은 국정감사가 끝나면 곧바로 공청회를 하고 이후 법안소위를 여는 식으로 속도를 낼 계획이다. 이를 통해 12월 2일이나 9일 전후로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후 임시국회를 한 번 더 거쳐 내년 1월에는 법안 처리를 마무리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샬롬 CEO도 한국 정부가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 토큰화 머니마켓펀드(MMF)가 모두 공존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통화주권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국도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열고 시작을 해야 한다. 특히 기업 관점에서는 디지털자산을 통해 결제가 이뤄질 수 있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본 유출에 민감하다는 점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한국이 디지털금융의 강국이 되려면 원화 결제 수단이 필요하며 이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무역 규모가 큰 상황에서 통화주권을 지키려면 로컬 스테이블코인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지 않으면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한국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샬롬 CEO는 “이는 가상화폐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미래 금융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가장 먼저 놓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민 의원 역시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예금토큰은 예금이 있는 사람만 할 수 있는데 전 세계에는 예금이 없는 사람이 더 많다”며 “AI 에이전트끼리의 거래는 스테이블코인으로밖에 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출처: De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