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상화폐 거래 비중 3위…스테이블코인 ‘온체인 확장’이 관건
원화가 글로벌 법정화폐 기반 가상화폐 거래량의 약 2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와 유로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이미 원화로 가상화폐를 사고파는 인프라가 갖춰진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경쟁력은 거래소 입출금 대체보다 온체인 결제와 국경 간 송금 등 새로운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블록체인 업계에 따르면 카이코는 1일 공개한 ‘스테이블코인, 법정화폐 인프라와 원화 가상화폐 시장의 독특한 특성’ 보고서에서 원화가 글로벌 법정화폐 기반 가상화폐 거래량의 약 25%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7월 말 기준 달러가 48.7%로 가장 높았고 유로가 27.58%로 뒤를 이었다. 원화는 세 번째로 비중이 컸다. 카이코는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 데이터 분석 업체다. 이번 보고서는 업비트와 협력해 제작했지만 분석과 작성은 카이코가 독립적으로 진행했다.
한국 가상화폐 시장의 특징은 원화 거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해외 시장에서는 테더(USDT)나 USD코인(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가상화폐를 사고팔 때 사실상 결제 수단 역할을 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실명계좌를 통해 원화를 직접 입출금할 수 있어 거래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거칠 필요가 상대적으로 적다.
이에 따라 USDT와 USDC의 역할도 해외와 다르다. 국내 거래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결제 수단이라기보다 비트코인(BTC)나 이더리움(ETH)처럼 원화로 사고파는 하나의 가상화폐에 가깝다. 카이코는 한국 시장이 근본적으로 ‘법정화폐 중심’ 구조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존 원화 시장의 유동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업비트에서 1000만 원 규모의 시장가 매수 주문을 넣었을 때 주요 원화 거래쌍의 슬리피지는 0.005~0.02% 수준이었다. 슬리피지는 주문을 넣기 전 시장가격과 실제 체결가격 사이의 차이를 뜻한다. 매수·매도 주문이 충분히 쌓여 있어 일정 규모의 주문이 들어와도 가격을 크게 움직이지 않고 거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시장 구조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에도 영향을 준다. 카이코는 한국의 원화 거래시장이 이미 비교적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원화 코인이 USDT나 USDC처럼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수단으로 제공할 수 있는 효용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대신 원화의 활용 범위를 블록체인 위로 넓히는 데 기회가 있다는 평가다. 현재 원화는 대부분 국내 은행망을 통해 움직인다. 원화 코인이 도입되면 원화 가치를 온체인에서 직접 이전할 수 있어 24시간 결제와 국경 간 송금,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토큰화 금융상품 등에 활용할 수 있다. 국내 기업과 해외 사업자 간 거래에서도 더 빠르게 자금을 주고받고 결제 조건을 자동화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원화 코인이 국내외 시장 간 자금 이동을 원활하게 하면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도 줄어들 수 있다. 국내외 거래소에서 가격 차이가 벌어졌을 때 차익거래가 쉬워져 가격 차이가 더 빨리 좁혀질 수 있어서다. 다만 원화 코인이 국내외 거래소에서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거래에 널리 쓰여야 한다.
실제 확산 여부는 제도 설계에 달렸다. 카이코는 원화 코인이 확대되려면 명확한 규제와 준비자산 기준, 상환권, 거래소 연동, 충분한 시장 수요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보고서는 “원화 코인의 기회는 기존 원화 거래를 위한 법정화폐 인프라를 대체하는 데 있기보다 원화를 온체인 환경과 국경 간 결제,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토큰화 금융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고 진단했다.
출처: De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