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Media 2025-11-05 17:00

[리포트 너머②] 한은 ‘은행식 자금세탁방지’ 고집… 전문가 “온체인 모니터링이 더 효율적”

[리포트 너머②] 한은 ‘은행식 자금세탁방지’ 고집… 전문가 “온체인 모니터링이 더 효율적”

한은 "비은행 스테이블코인, 은행급 AML 규제 필요""블록체인은 투명…은행식 시스템 복제는 비효율"EU·영국은 일부 국가에선 위험 수준 따라 규제 차등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한국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의 자금세탁 위험을 이유로 은행 수준의 규제를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블록체인의 투명성과 기술 기반 감시 체계 덕분에 전통 금융보다 위험도가 낮다는 입장이다. 특히 블록체인 상의 거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온체인 모니터링’ 기술이 기존 은행식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보다 효율적이라며, 이러한 기술 기반 감시 체계를 제도권에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분석 보고서’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이 자금세탁이나 테러자금 조달 등 불법 금융 활동에 광범위하게 활용된 사례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며 “이는 비(非)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불법 자금 유통에 악용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들에 대한 자금세탁방지(AML) 체계 강화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은행은 이미 고도화된 고객확인(KYC), 의심거래보고(STR), 거래 모니터링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나, 대부분의 비은행 발행자는 AML 관련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다”며 “따라서 비은행 발행자에게도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AML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한은은 비은행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불법 자금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은행과 동일한 수준의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퍼블릭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특성과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은행의 AML 체계는 폐쇄형 계좌 시스템을 전제로 하지만, 스테이블코인은 모든 거래가 블록체인 상에서 공개되고 실시간으로 검증된다. 따라서 동일한 효과를 얻기 위해 은행식 인력 구조를 복제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체이널리시스나 TRM랩스 등 온체인 AML 솔루션은 기존 금융기관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거래 패턴을 포착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AML 규제의 초점을 ‘은행식 틀 유지’가 아니라 ‘투명성과 기술 기반 모니터링 강화’에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다. 복진솔 포필러스 연구원은 “체이널리시스나 TRM랩스 같은 기업들은 이미 주요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계약을 맺고 자금 유출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특정 지갑에서 대량 인출이 발생하면 경보를 띄우는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적으로는 이미 조기 탐지가 가능한 체인링크와 같은 오라클 프로젝트에서는 담보 자산의 변동까지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EU)의 디지털자산 규제 프레임워크(MiCA・미카)나 영국 재무부(HMT)는 비은행 발행자에게도 AML 의무를 부과하되, 위험 수준에 따라 규제 강도를 조정하는 ‘위험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을 취하고 있다. 즉, 규모가 작거나 리스크가 낮은 사업자에게는 완화된 규제를, 시스템적 영향이 큰 대형 발행사에는 보다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단순히 은행의 AML 시스템이 정교하다는 이유로 그 방식을 그대로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에 적용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오히려 시장 변화를 빠르게 이해하고 기술적 대응 능력을 갖춘 핀테크나 블록체인 기업이 온체인 데이터를 활용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해 더 효율적이고 정교한 AML 시스템을 구현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완전히 탈중앙화된 비트코인과 달리 중앙화된 발행사가 통제를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스템 구축에 용이하다. 이러한 구조는 자금 흐름의 모니터링과 이상 거래 대응을 신속하게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TRM이 지난 9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대비 올해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제재 관련 불법 거래량이 10억달러(약 1조4500억원) 이상 증가했다. 스테이블코인 내 제재 관련 거래는 52억달러(약 7조5300억원) 감소했다. 이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모니터링 역량이 강화됨에 따라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범죄자들이 추적이 어려운 대체 디지털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업계는 스테이블코인이 블록체인 기반 투명성과 발행사 통제력을 모두 갖춘 만큼, 자금세탁방지(AML) 대응의 효율성을 입증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아리 레드보드 TRM랩스 정책·정부업무 글로벌 총괄은 “비트코인과 달리 다수의 스테이블코인은 운영 통제가 가능한 중앙화 조직이 발행한다”며 “발행사는 생태계 전반의 자금 흐름을 모니터링하고, 불법 자금을 동결하거나 소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요할 경우 해킹 피해자에게 토큰을 재발행하는 것도 가능하다”며 “이처럼 공개 추적성과 발행사 통제력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대응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오히려 불법 자금 추적에 효과적인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병윤DSRV최고전략책임자(CSO)역시“트래블룰과 외국환거래법 개정 등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온체인 데이터의 추적 가능성이 제도적 감시 체계와 결합하면 스테이블코인은 오히려 기존 금융보다 더 투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