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아닌 AI가 결제한다”⋯스테이블코인, 자율경제 핵심 인프라 부상
AI 에이전트, 사람 개입 없이 자체 지갑 생성·결제 수행 가능국내도 업비트·람다256 중심으로 자동화 기술 기반 확장보안·책임 등 자율 결제 리스크에 대한 제도 정비 필요
[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인공지능(AI)이 사람의 개입 없이 직접 결제를 수행하려는 시도가 본격화되면서, AI 중심 결제 환경에 적합한 기술 인프라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AI가 실시간으로 데이터나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자동으로 결제를 처리할 수 있는 수단이 필수적이다.
이 과정에서 빠르고 중간 절차가 없는 전송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활용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스테이블코인은, 인증 없이 빠르게 소액을 결제해야 하는 AI 환경에서 핵심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디지털자산(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최근 AI 에이전트가 자체 지갑을 생성하고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새로운 결제 시스템 ‘페이먼트 MCP(Payments MCP)’의 초기 버전을 공개했다. 이 프로토콜은 AI 에이전트가 별도의 개발자 개입 없이 직접 디지털자산 지갑을 만들고, 해당 지갑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온라인 서비스에 접속해 요금을 지불하거나 기능을 이용하는 등의 상호작용도 가능하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의 직접적인 조작 없이도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자율 실행형 소프트웨어다. 사용자가 명령을 내리면 정보를 검색하고 작업을 수행한다. 이어 필요한 경우 비용 결제까지 일련의 과정을 자동으로 처리한다. 코인베이스는 이러한 AI 에이전트를 지원하기 위해, 결제 기능을 자동화할 수 있는 자체 개방형 결제 표준 ‘x402’를 개발했다.
x402는 웹에서 결제가 필요할 때 사용하는 기술 코드인 ‘HTTP 402: 결제 필요(Payment Required)’에서 착안한 것으로, 구글의 제미니,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픈AI의 코덱스 등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과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다시 말해 이 표준을 통해 AI가 사람의 개입 없이 필요한 자금을 스스로 지불하고, 외부 서비스나 데이터를 직접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이처럼 AI가 자체적으로 결제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지기 시작하면서, 그 결제 수단으로 무엇을 사용할지가 더욱 중요한 논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직접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디지털자산, 그중에서도지연 없이 자동 전송이 가능한 스테이블코인은 사실상 필수 요소로 꼽힌다. 기존 금융 시스템은 본인확인(KYC), 국가별 규제, 영업시간 제한 등 여러 제약이 있어 기계 간 자동 결제(M2M)를 처리하는 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24시간 전송이 가능하고, 특정 국가나 금융기관에 종속되지 않으며, 지갑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리하다. 수수료가 낮고 소액 결제에도 효율적이어서, AI가 수십에서 수백 건의 요청을 실시간으로 처리하는 환경에 자연스럽게 부합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릭 레펠 코인베이스 개발 총괄은 “디지털자산은 기계가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개방형 디지털 결제 방식”이라며, “AI가 프로그램 방식으로 가치를 주고받아야 하는 시대에 적합한 구조”라고 밝혔다.
엄상현 디스프레드 선임 연구원 역시 “스테이블코인은 하루 24시간, 주 7일 내내 결제가 가능하고, 소액 결제에도 효율적인 만큼, AI가 실시간으로 서비스를 요청하고 동시에 결제까지 자동으로 처리하는 구조에서는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 및 결제 연계에 대한 기술적 준비가 점차 이뤄지는 모습이다. 국내 디지털자산 거래소 업비트가 개발자 센터를 통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API 시스템이 챗GPT, 코파일럿 등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도구와 연동돼 자동 주문, 실시간 데이터 처리, 예측 모델 기반 거래 등 다양한 자동화 작업에 활용될 수 있다.
사용자가 관련 문서를 챗GPT에 학습시킨 뒤 “지정가 매도 주문을 자동으로 실행해줘”와 같은 자연어 명령만으로 거래 조건을 설정하고,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에이전트가 반복적으로 판단해 주문을 실행하도록 구성할 수 있다.
이처럼 업비트의 API 구조는 단순한 명령 실행을 넘어, AI가 스스로 조건을 인식하고 반복 실행할 수 있는 자율 구조로 확장 가능한 기반을 갖추고 있다. 개발자뿐 아니라 일반 사용자도 대형언어모델(LLM) 기반 도구를 활용해 디지털자산 거래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특징이다.
비록 코인베이스처럼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 결제가 전면적으로 이뤄지는 단계는 아니지만, 업비트 역시 스테이블코인 결제나 AI 기반 자산 관리와의 연계 가능성을 고려해 기술적 기반을 점차 확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두나무 계열사인 람다256은 자사 플랫폼 ‘노딧(Nodit)’에 AI 에이전트를 위한 ‘블록체인 MCP’ 기능을 도입했다. 그룹 차원에서 AI와 디지털자산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실험하는 흐름으로 풀이된다.
다만 AI 기반 자율 결제는 아직 초기 단계로, 결제 안정성, 보안 위험, 책임 소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결제 안정성 측면에서는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혼잡도나 수수료 변동에 따라 거래 지연이나 실패가 발생할 수 있으며, 서비스마다 요구하는 블록체인 환경이 달라 호환성 문제도 제기된다.
보안 측면에서는 AI가 생성한 지갑의 키가 유출되거나, 악성 봇이 AI를 사칭해 결제를 유도하는 사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한 잘못된 결제가 발생했을 경우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둘러싼 법적 기준도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엄 연구원은“AI에이전트가 늘어나고,자율 결제가 확산되면 스테이블코인의 수요와 사용성은 증가할 것”이라면서도“단기적으로 해당 결제를 위한AI결제 인프라와AI에이전트에 대한 역할과 책임에 대한 규제와 지침이 명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