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광판 뜬 ‘비트코인 시세’…국내 금융권 디지털자산 대비 본격화
우리은행 "BTC, 리스크 온·오프 지표" 공식 편입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비트코인 1억3946만2000원’.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 한가운데 비트코인 가격이 깜빡였다. 우리은행이 환율·지수 사이에 BTC 시세를 정식으로 띄우며 변화의 단초를 열었다.
5일 우리은행은 서울 중구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환율, 주가뿐 아니라 비트코인(BTC) 시세를 함께 표시하기 시작했다. 이는 국내 은행 중 딜링룸 공식 모니터링 체계에 비트코인 가격을 포함한 건 우리은행이 처음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비트코인의 거래 규모와 투자 관심이 크게 늘어난 만큼 시장 흐름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은 최근 4년간 미국 기술주와 동반 움직이며 리스크 온·오프를 읽는 지표로 자리잡았다. 나스닥보다 먼저 움직이는 선행성 덕에 글로벌 거시 이벤트의 체온계를 대신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최근 일본 금리 급락 시점에도 비트코인이 동반하락하며 위험자산 흐름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미선 블록미디어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일본 금리 급락 시점에도 비트코인이 동반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과 유사한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 시세 모니터링을 넘어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정비 과정으로도 풀이된다. 주요 4대 은행을 비롯해 국내 은행권에서는 이미 내부적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관련된 기술·제도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해 미국 디지털자산 수탁사 비트고와 합작법인 ‘비트고 코리아’를 설립한 데 이어, 올해는 써클과 업무협약(MOU)를 체결하고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또 지난 4일에는 두나무와 블록체인 기반 금융서비스 공동 개발 협약도 맺었다.
KB금융은 금융권 중 가장 먼저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권을 등록한 바 있다. 이어 KB금융그룹 공동으로 ‘디지털자산 대응 협의체’내 전담 분과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한은 CBDC 실증 프로젝트인 ‘한강’에서 관련 인프라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신한금융도 결제 실험과 조직 신설을 병행하며 사업 탐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리금융 또한 관련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을 두고 있으며, 법제화 이후 전담조직을 공식 출범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협금융은 은행권 공동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오픈블록체인·DID협회(OBDIA) 회장사로 참여하며 은행권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부터 은행 합작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팍스’도 진행하고 있다. 해당 프로젝트에는 KB국민·우리·신한·농협은행과 케이뱅크가 참여해 한·일 간 스테이블코인 기반 해외 송금 테스트를 진행한다. 향후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 은행을 더해질 전망이다.
스테이블코인이 차세대 결제 인프라로 평가받으면서 은행뿐 아니라 빅테크·핀테크까지 발행·유통 경쟁에 뛰어들고 있지만, 정작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는 여전히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28일 첫 관련 법안 발의 이후 약 5개월간 은행 중심 모델과 비은행 개방 모델을 둘러싼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상훈 전북은행 부행장은 지난 3일 국회 세미나에서 “발행과 유통은 테크기업과 은행의 조인트벤처 형태가 가장 안정성과 혁신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구조”라며 “은행의 자본력·신뢰성·자금세탁방지(AML) 역량이 결합되면 국내 금융기관 경쟁력도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