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Media 2025-12-20 12:00

[스테이블코인 공방②] “은행 아니면 안 돼?”…한은 ‘몽니’에 멈춘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 공방②] “은행 아니면 안 돼?”…한은 ‘몽니’에 멈춘 스테이블코인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민간 주도의 스테이블코인이 핀테크와 결합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한국은행의 이른바 ‘은행 중심주의’가 법제화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20일 디지털자산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날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대통령실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어 오는 2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회의가 열려 법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가 지적하는 국내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는 한국은행이 고수해온 ‘은행 중심 컨소시엄’ 기조가 꼽힌다. 한은이 컨소시엄 지분 51% 확보 또는 사실상 주도권을 요구하며 민간 기업의 진입 장벽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정부안에는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하거나 은행 참여를 의무화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신 중요 원화 스테이블코인(디지털지급토큰)을 따로 명시해 이를 발행할 경우 한국은행과 사전 논의를 거치도록 명시했다. 이를 통해 중앙은행의 우려를 일정 부분 반영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도 은행 중심 모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권이 주도권을 독점하는 구조가 혁신을 저해하고 글로벌 산업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해왔다.

민 의원은 “은행이 먼저 해보고 안전성이 확인되면 혁신 기업이 따라오라는 방식은 결국 기득권에 기대는 길”이라며 “지금은 압도적인 이점을 가진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안전하게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금융업계 역시 한국은행이 주장하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이 오히려 국가 경쟁력을 훼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써클(USDC), 테더(USDT) 등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스테이블코인이 이미 결제와 송금 인프라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드업계는 기존 결제 인프라를 활용할 경우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요 카드사 9곳과 여신금융협회는 지난 7월 ‘스테이블코인 공동대응 협의체 TF’를 구성하며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여신금융협회 관계자는 “전국적인 가맹점 네트워크와 결제·정산 노하우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초기 투자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빠른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며 “기존 카드 결제망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신속히 구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과 국회의 입법 방향에 맞춰 카드업권이 발행·유통·결제 전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여신전문금융업법령 개정 등 제도적 기반 마련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정부안에 따르면 △50억 원 이상의 자기자본 △타당한 사업계획과 전문 인력 △대주주 적합성 등을 갖출 경우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다. 또한 이자 지급을 금지하고, 지급준비금은 지정된 준비자산관리기관에 예치하거나 신탁하도록 했다. 준비자산 운용 역시 국채 매입이나 대통령령이 정한 기관의 예금으로만 제한했다. ‘은행 중심 컨소시엄’ 혹은 ‘은행 51% 지분’과 관련된 내용은 전무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은행의 역할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정책과 금융안정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고려할 때 중앙은행과의 조율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안은 이용자 수나 발행 규모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 해당 토큰을 ‘중요 디지털지급토큰’으로 지정해 금융감독원장 또는 한국은행과의 공동 검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이번 정부안 역시 확정 단계는 아니다. 이날 제출될 안을 바탕으로 오는 22일 민주당 TF 논의 과정에서 수정·보완이 이뤄질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민병덕 의원은 “정부안에서 명시한 디지털지급토큰이라는 용어 자체도 문제”라며 “한은은 의견을 진술할 수 있을 뿐 최종적으로 발목 잡을 수 있는 권한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