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Media 2025-12-25 17:00

“일본은 창구 단일화, 한국은 부처간 줄다리기”… 스테이블코인 韓·日 격차 선명

“일본은 창구 단일화, 한국은 부처간 줄다리기”… 스테이블코인 韓·日 격차 선명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기축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경쟁의 핵심 요소로 부상한 가운데, 한국은 발행 주체와 규제 체계를 두고 논의만 이어가는 사이 일본은 이미 제도를 정비하며 시장 선점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디지털자산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여당이 지난 10일까지 제출을 권고했던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지난 19일로 예정됐던 대통령실 제출 계획도 차질을 빚었다.

윤영주 금융위원회 가상자산과 사무관은 지난 23일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K금융 대전환’ 심포지엄에서 “정부안 제출이 늦어져 송구하다”며 “실무적으로는 매우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관계기관 협의도 상당 부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혁신과 안정의 균형을 맞춰야 하는데, 스테이블코인 규율에는 다양한 쟁점이 얽혀 있어 방정식의 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지연 배경을 밝혔다.

금융위는 해외 활용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 윤 사무관은 “금융 접근성 향상, 실시간 결제, 수수료 절감 등 전통 금융 서비스 혁신을 연결하는 수단으로서 스테이블코인의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여전히 발행 주체와 규제 구조를 둘러싼 논의 단계에 머무르는 동안, 일본은 2022년 자금결제법 개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이미 확립했다.

일본은 스테이블코인 라이선스를 △신탁은행형 △은행형(예금토큰) △자금이동업 등 세 가지로 구분한다. 한 라이선스를 취득하더라도 다른 영역에 참여할 수 있도록 설계해 은행과 핀테크 산업을 구조적으로 분리한 점이 특징이다.

행정 절차에서도 차이가 뚜렷하다. 일본은 금융청(FSA)을 중심으로 소통 창구가 단일화돼 있으며, 핀테크 행사 현장에서 금융청 직원이 1대1 상담을 진행할 정도로 민관 협력이 활발하다. 반면 한국은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등 여러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한 구조로, 제도 확립 전까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하다. 이로 인해 혁신 기업들이 사실상 ‘대기 상태’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디지털자산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금융청과만 소통하면 되기 때문에 갈등 요소가 적다”며 “일본 한 기업은 스테이블코인 허가를 받기 위해 규제 매뉴얼 200종을 제출할 정도로 소통 구조가 직관적”이라고 전했다.

한국은행 측에서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은행 지분51%’로 설정하는 방안을 주장해 왔다.다만 은행은 본질적으로 보수적인 조직 구조를 갖고 있어 탈중앙화 거래소(DEX), AI에이전트 결제,퍼블릭체인 기반 서비스 등 빠른 혁신을 적극 수용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또 특정 은행에 발행 권한이 집중될 경우,해당 은행의 리스크가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리타카 오카베 JPYC 대표는 “DEX, AI 에이전트 결제 비용 관리, 패밀리오피스 활용, 헤지 트레이딩 등에서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증할 것”이라며 “이 같은 영역은 전통 은행이 구조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분야”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필요한 이유는 결국 회계·재무 처리가 요구되는 시점이 도래하기 때문”이라며 “기업과 기관의 온체인 거래가 확대될수록 법정통화 기준의 정산 수요는 필연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오카베 대표는 일본 역시 엔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지 않을 경우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내부적으로 제기돼 왔다고 전했다.그는“엔화는 기축통화 중 하나로 전 세계 통화 공급량에서 약9%를 차지한다”며“국채 펀드 기준으로 보면 비중이15%에 달해 스테이블코인으로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엔화 약세 국면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실제로 엔화를 빌리려는 수요도 크다”며“현재JPYC서비스 이용자 수가 폭발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온체인 금융 활동이 확대될수록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실수요 역시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날 기준 CEIC 데이터에 따르면, 원화 시중에 유통되는 통화량(M2)을 미국 달러로 환산했을 때 약 3조1418억달러로 집계됐다. 글로벌 M2 통화 공급량이 약 97조달러 수준임을 고려하면, 원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2%다.

업계에서는 한국 역시 발행 주체의 다양화와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도 정비 지연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한국은행이 의견을 진술할 수 있게 하되,최종적으로 발목 잡을 권한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는 지난22일 회의를 열고 법안 논의를 진행했다.안도걸 의원은“쟁점이 남아 있어 정부안이 내년 초 제출될 것으로 보이지만, 1월 중 발의하겠다는 계획은 지키겠다”고 밝혔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