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스테이블코인 확산에 긴장…예금 방어 전략 본격화
[블록미디어 강태정 기자] 전통 금융기관들이 스테이블코인 확산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예금 기반 비즈니스 모델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일부 은행은 스테이블코인 결제·정산 인프라 투자를 통해 실질적 행보에 나섰다.
13일(현지시각) 토크나이즈드(Tokenized) 팟캐스트 에피소드 65화에는 사이먼 테일러(Simon Taylor) 템포(Tempo) GTM 총괄과 큐이 셰필드(Cuy Sheffield) 비자(Visa) 크립토 총괄이 진행자로 참여했으며, 프랭클린 템플턴(Franklin Templeton) 혁신 총괄인 샌디 카울(Sandy Kaul) 부사장 겸 혁신 부문 대표가 출연해 은행권과 자산운용업계의 스테이블코인 대응 방향을 공유했다.
카울은 프랭클린 템플턴이 약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운용자산을 보유한 글로벌 자산운용사로, 2021년 4월 토큰화 펀드를 출시하며 조기 토큰화 플랫폼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방송에서는 원페이(OnePay)의 디지털 자산 통합 사례, 스테이블코인 정산 기업 투자 움직임 등을 중심으로 전통 금융의 전략 변화를 짚었다.
카울은 은행과 스테이블코인의 관계를 두고 “논쟁적이고 긴장된 주제”라고 진단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본래 목적대로 작동하면 은행은 예금을 잃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런 인식은 은행들의 대응 전략을 갈라놓고 있다. 일부 기관은 스테이블코인 대신 토큰화 예금(Tokenized Deposit)을 선택하고 있다. 토큰화 예금은 발행 은행으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구조로, 사용자가 원하는 곳으로 재유통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차이가 있다.
다만 카울은 토큰화 예금이 단기적 방어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그는 은행이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포함한 전체 생태계와 상호운용성을 확보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예금 이탈이 구조적으로 고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셰필드는 바클레이스(Barclays)가 스테이블코인 정산 기업 유빅스(Ubyx)에 투자한 사례를 언급했다. 유빅스는 씨티(Citi) 출신 결제 전문가 토니 맥러플린(Tony McLaughlin)이 설립한 기업으로,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들조차 스테이블코인의 실질 가치를 인정하고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셰필드는 은행이 스테이블코인을 외부 위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이미 고객이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전략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이 보유한 스테이블코인을 은행으로 유입시키는 구조를 만들면 예금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기관 단위의 토큰화 운영을 위해 블록체인 인프라를 자체 구축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카울은 프랭클린 템플턴이 10개 퍼블릭 블록체인과 캔톤(Canton)에서 자체 노드를 운영하며, 실시간으로 기록을 3중 저장하는 체계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초 단위로 24시간 내내 데이터 정합성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셰필드는 2026년이 기관들이 개념검증(PoC)을 넘어 대규모 온체인 자산 운용을 준비하는 시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트릴리언 달러 단위의 온체인 자산을 목표로 한다면, 더 깊은 인프라 계층까지 내려가 스택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용 인프라 시장도 회계와 감사 요구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셰필드는 파이어블록스(Fireblocks)가 트레스 파이낸스(TRES Finance)를 1억3000만달러에 인수한 사례를 언급하며, 고객이 제품 담당자에서 CFO로 이동하면서 △감사 가능한 데이터 △ERP 연동 △회계 기반 리포팅이 핵심 경쟁 요소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카울은 금융 서비스의 접점이 계좌 기반 시스템에서 지갑(Wallet) 중심으로 이동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용자는 지갑을 통해 자산을 집약적으로 관리하고, 지갑의 자산을 활용해 결제·운용을 최적화하는 애플리케이션이 금융 생활의 중심이 된다는 구상이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장기적으로 1조7000억달러 규모의 상품군이 지갑 인프라에서 제공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며, 주식과 채권 중심 포트폴리오가 지식재산권, 예술품, 농지 등 다양한 토큰화 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사례로는 와이오밍(Wyoming) 주 스테이블코인이 언급됐다. 카울은 프랭클린 템플턴이 해당 스테이블코인의 준비금 운용을 맡고 있으며, 주민이 식료품 지원금이나 세금 환급을 스테이블코인으로 받는 형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통 은행의 레거시 시스템은 24시간 결제·정산 환경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울은 기존 은행 시스템이 배치 처리 기반으로 구축돼 실시간 24시간 운영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지연은 사용자가 체감하는 불편으로 전환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의 전환 속도를 예상보다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셰필드는 모든 자산이 즉시 유동화되고 담보로 활용될 수 있다면 예금을 유지할 이유가 약해질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카울은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의 결합 가능성을 언급하며, 지갑 내 자산을 분석해 결제 수단과 담보 활용을 최적화하는 “로직 레이어”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송 출연진은 2026년을 기관들이 본격적으로 포지셔닝에 나서는 해로 전망했다. 크로스 리버(Cross River), 리드 뱅크(Lead Bank) 등 핀테크 성격의 은행들이 스테이블코인 정산 기능을 구축하고 있으며, 대형 은행도 단계적 참여를 시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추가로 셰필드는 스테이블코인 수용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첫 대형 은행이 시장 선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봤다. 동시에 향후 최소 10년은 계좌 기반 금융과 지갑 기반 인프라가 병행되는 과도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