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디지털자산 인식은? 투자엔 ‘열린’ 듯 규제엔 ‘닫힌’ 행보
[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가 차기 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되면서 그의 디지털자산(가상자산)에 대한 인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통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중시해온 매파 성향 인사로 알려진 워시의 과거 행보가 향후 디지털자산 정책 환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30일(현지시각)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워시는 디지털자산 친화 인물로 분류되기보다는 인플레이션과 통화 질서를 중시하는 정통 매파로 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동안 연준 의장 후보군으로 거론됐던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나 블랙록의 릭 리더 채권 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가 디지털자산 업계와 직접적인 연결 고리를 가져온 것과는 대조적이다.
해싯은 과거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의 고문을 지냈고 코인베이스 주식도 최소 100만달러(약 14억5000만원) 이상 보유 중이다. 릭 리더 역시 비트코인 현물 ETF 최대 운용사인 블랙록의 핵심 인사로 비트코인을 ‘금의 대체자’로 평가해온 친(親)디지털자산 인물로 꼽힌다.
반면 워시는 최근 몇 년간 디지털자산과 관련해 공개적으로 두드러진 발언이나 정책 제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월가와 정책 당국을 두루 거친 이력 탓에 전반적으로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그러나 그의 과거 행적을 살펴보면 디지털자산에 대해 완전히 닫힌 태도를 보인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워시는 2018년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였던 ‘베이시스(Basis)’에 투자했고 2021년에는 디지털자산 운용사 비트와이즈(Bitwise)의 약 7000만달러(약 1015억7000만원) 규모 투자 라운드에도 참여한 바 있다. 같은 해에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당시 “연준은 미국의 경제적·정치적 지위를 강화하고 변동성이 달러의 지배적 역할을 위협하지 않도록 ‘도매형 디지털 통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만약 연준에 남아 있었다면 CBDC를 연구·개발하는 전담팀을 구성했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도 한 바 있다. 또 비트코인이 금과 유사한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일정 부분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워시는 일관되게 신중론을 유지해왔다. 그는 2018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서 디지털자산의 높은 가격 변동성이 실질적인 활용도를 크게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디지털자산이 화폐로 기능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2022년 발표한 보고서 ‘돈의 문제(The Trouble with Money): 미국 달러, 디지털자산, 그리고 국가적 이익’에서는 “디지털자산은 화폐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가깝다”며 “스테이블코인의 등장으로 일부 소프트웨어가 화폐처럼 보이게 됐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소수는 상당한 가치를 가질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결국 가치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때문에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 금지를 명확히 한 점도 워시의 정책 기조와는 미묘한 긴장 관계를 형성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워시는 민간 디지털자산 전반에 대한 규제 강화를 요구해 왔다. 이는 공화당 내에서 적지 않은 반발을 불러오기도 했다.
최근 미국은 스테이블코인과 관련해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와 ‘클래리티 액트(CLARITY Act)’를 통해 규제 틀이 마련되고 있다. 이는 향후 워시의 입장 변화 가능성을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한편, 워시가 연준을 떠난 이후 연준 지도부를 향해 비판적인 발언을 이어왔다는 점도 변수다. 그가 의장으로서 정책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내부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처드 피셔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 내부에는 워시가 조직을 비판하다 떠났다는 인식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의장으로서 정책을 추진하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한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