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덴버 2026] 기관 자금 끌어들이려면… “디파이, ‘금융망 호환·규제 대응’ 갖춰야”
[덴버=블록미디어 오수환 기자]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시작으로 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에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된 가운데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 영역에서도 기관 참여 확대를 위한 인프라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관형 디파이 확산의 핵심 조건으로 레이어1 네트워크 규제 대응 역량과 시스템 통합 능력을 지목하고 있다.
17일(현지시각) 미국 덴버에서 열린 어답션콘(AdoptionCon) 행사에서는 도미닉 헬 엘아이에프아이(LI.FI) 전략 총괄, 다니엘 마린 넥서스 최고경영자(CEO) 겸 창립자, 베토 아파리시오 오프체인 랩스 전략 재무 수석 매니저, 브라이언 위포 알고랜드 재단 개발자 생태계 총괄이 한자리에 모여 기관 투자자 유치를 위한 구체적인 전략과 과제를 논의했다.
패널들은 기관들이 블록체인 기술에서 기대하는 가장 큰 이점으로 ‘경제적 효율성’을 꼽았다.베토 아파리시오 오프체인 랩스 재무 수석 매니저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은 거래가 체결된 뒤 이틀이 지나야 결제가 완료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이를 거래 당일 즉시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블록체인이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변화”라고 말했다.
이어 “결제 지연이 해소되면 거래 상대방 위험이 줄어들고 묶여 있던 자본을 더 빠르게 재투입할 수 있어 운용 효율이 개선된다”고 덧붙였다.
다니엘 마린 넥서스 최고경영자(CEO) 역시 온체인 환경이 전통 금융 대비 자본 운용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중앙화 거래소와 달리 온체인에서는 현물 잔고를 즉시 담보로 활용할 수 있고, 대출 프로토콜과 연계해 자본을 재사용하는 루핑(Looping) 방식도 가능하다”며 “이 같은 방식은 전통 금융에서 구현하기 어려웠던 수준의 자본 효율성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자본 활용 방식의 변화는 실물자산(RWA) 토큰화와 사모 대출분야로도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세션에서 도미닉 헬 LI.FI 전략 총괄은 “단순히 오프체인 자산을 체인 위에 발행하는 초기 단계를 지나, 합성과 결합이 가능한 ‘디파이 네이티브’ 자산으로 활용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 주식을 단순히 온체인화하는 것만으로는 차별성이 크지 않다”며 “이를 아베와 같은 대출 프로토콜에 예치해 담보 대출을 받거나, 펜들과 결합해 수익 구조를 재설계하는 등 결합성(Composability)을 활용할 때 비로소 가치가 확대된다”고 강조했다.
금리 환경 변화에 따른 자금 흐름도 언급됐다. 헬 총괄은 “고금리 국면이 완화되면서 국채 수익률을 대체할 수 있는 자산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도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사모 대출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온체인 기반 사모 대출 프로토콜인 메이플 파이낸스와 USDI 사례를 언급하며 “해당 플랫폼들이 기관 수요를 일부 흡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들은 기관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전제 조건으로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호환성, 규제 대응 역량, 그리고 장기적인 기술 안정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베토 아파리시오 오프체인 랩스 전략 재무 수석 매니저는 “기관들은 단순한 처리 속도보다 리스크 관리 체계와 기존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성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국제 결제망이나 표준화된 금융 메시지 체계와 연결될 수 있어야 실제 도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규제 준수를 지원하는 도구와 감사 가능한 보고 체계를 제공하는 것이 레이어1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니엘 CEO 역시 기관 도입의 관건으로 ‘익숙한 환경’을 꼽았다. 그는 “기관 트레이더와 고빈도 매매(HFT) 참여자들은 기존 중앙화 거래소와 유사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기대한다”며 “복잡한 구조를 새롭게 학습해야 하는 환경이라면 채택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장기적 보안에 대한 요구도 제기됐다.브라이언 위포 알고랜드 재단 개발자 생태계 총괄은“기관은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일단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극단적 위험까지 고려한다”며,네트워크 설계 단계부터 장기적인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향후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암호 체계와 합의 메커니즘의 중요성을 언급하며“인프라가 장기간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야 기관 자금도 안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