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마스터카드 긴장해”⋯ AI 에이전트 결제 시대, 스테이블코인은 ‘카드 킬러’가 될까
[블록미디어 문예윤 기자] 스테이블코인이 차세대 결제 수단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동화 결제 시스템이 등장했다. 업계에서는 자율적으로 작동하는 AI 에이전트가 결제를 수행하고 스테이블코인이 이를 정산하는 형태의 새로운 금융 인프라에 주목하고 있다.
7일(현지시각)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시트리니 리서치(Citrini Research)는 최근 AI 에이전트가 기존 카드 네트워크 수수료를 우회해 결제를 수행하는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해당 분석이 공개된 직후 비자(Visa)·마스터카드(Mastercard)·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주가는 하루 만에 최대 5% 하락하기도 했다. AI 기반 결제 구조가 기존 카드 네트워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현재 업계에서는 AI 에이전트 간에 발생하는 고빈도·저금액 거래를 핵심 사용 사례로 보고 있다. 이른바 ‘에이전트 결제(agentic payments)’ 구조다. AI가 서로 서비스를 요청하고 데이터를 교환하며 수많은 소액 거래를 수행하는 환경에서는 기존 카드 결제 구조보다 스테이블코인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마이크로 결제 환경에서는 카드 결제 방식의 구조적 한계가 지적된다. 카드 결제는 고정 수수료와 비율 수수료가 함께 부과되기 때문에 몇 센트 수준의 거래에서는 비용 효율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크 팔머 벤치마크-스톤엑스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로 결제는 비용과 지연 시간, 프로그래밍 가능성 측면에서 기존 결제 네트워크와 잘 맞지 않는다”며 “AI 에이전트는 소프트웨어 워크플로에 직접 내장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블 머니에서 더 큰 장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의는 단순한 전망을 넘어 실제 기업 전략과 서비스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써클(Circle)은 최근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위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아크(Arc)’를 출시하고 AI 에이전트 결제를 위한 ‘나노페이먼트(nanopayments)’ 기능을 시험 중이다. 이 기능은 AI가 자체 잔액을 보유하고 여러 네트워크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거래 비용을 1센트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레미 알레어 써클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월 실적 발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향후 기계 간 거래의 핵심 결제 수단이 될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AI와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이 결합된 새로운 인터넷 금융 시스템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서클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제 기업 스트라이프(Stripe) 역시 스테이블코인 결제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회사는 디지털자산 벤처캐피털 패러다임(Paradigm)과 함께 블록체인 프로젝트 ‘템포(Tempo)’를 개발 중이며 약 5억달러(약 7417억원)의 투자를 유치해 50억달러(약 7조원)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스트라이프는 또 스테이블코인 인프라 기업 인수에도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최근까지 관련 기업 인수에 약 11억달러(약 1조6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 지난해 스테이블코인 결제 기업 브리지(Bridge) 인수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대형 플랫폼 기업들도 이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쇼피파이(Shopify)는 스트라이프와 코인베이스와 협력해 상점에서 서클의 스테이블코인 USDC 결제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기 시작했다. 스테이블코인 결제를 사용할 경우 약 1% 캐시백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코인베이스 역시 상점용 결제 플랫폼을 출시했으며 AI 에이전트 결제를 위한 개방형 표준 ‘x402’를 개발하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이 일상적인 결제 수단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사용 규모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x402 네트워크 기준 최근 30일 거래 규모는 약 2400만달러(약 356억원) 수준이다. 구매자는 약 9만4000명, 판매자는 약 2만2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올해 약 6조8800억달러(약 1경205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과 비교하면 여전히 제한적인 수준이다.
크리스 도나트 비더블유지 글로벌(BWG Global) 핀테크 리서치 책임자는 “상인들은 다양한 결제 수단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만 소비자가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는 한 새로운 결제 방식을 도입할 유인은 크지 않다”며 “현재 스테이블코인은 소비자가 강하게 요구하는 결제 수단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스테이블코인 결제가 카드 네트워크가 제공하는 △사기 방지 △분쟁 해결 △신용 제공 기능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기존 카드 결제 네트워크를 대체하기보다는 공존하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AI 에이전트가 가상 카드를 통해 결제를 수행하고 실제 정산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처리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등장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마스터카드는 성명을 통해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행동하는 환경에서는 신뢰와 책임, 보호 장치가 중요하다”며 “AI 에이전트의 역할이 커질수록 신뢰할 수 있는 결제 인프라의 중요성도 더욱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존 토다로 니드함 애널리스트는 “현재 시장에서 AI는 가장 강력한 변화 요인 중 하나”라며 “기업이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