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조 ‘거대 그림자’ 사모대출의 역습… 월가, 은행 ‘돈줄 죄기’에 비상
[블록미디어 명정선 기자] 글로벌 사모대출(Private Credit) 펀드들이 핵심 자금줄인 대형 은행들과의 일전을 앞두고 있다. 투자자 이탈과 차주 부도 리스크에 직면한 가운데, 은행권이 사모대출 펀드를 대상으로 한 자산담보부 대출인 이른바 ‘백레버리지(Back Leverage)’ 공급을 조일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최근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 & Co.)는 인공지능(AI) 기술 변화에 따른 자산가치 하락을 이유로 일부 사모대출 자산의 가치를 깎고 대출 규모를 제한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모대출 업계가 가장 두려워하던 ‘백레버리지’ 위축의 서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백레버리지는 사모대출 펀드가 보유한 대출 채권 포트폴리오를 담보로 은행에서 다시 자금을 빌리는 구조다. 통상 8~9% 수준인 사모대출 수익률을 두 자릿수로 끌어올리는 ‘레버리지 효과’의 핵심 동력이다. 하지만 은행이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LTV 축소) 자산 가치를 보수적으로 재평가할 경우, 펀드의 수익성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사모대출 시장은 은행의 규제 사각지대에서 급성장해 왔으나, 이제는 거꾸로 은행의 리스크 관리가 사모대출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라며 “JP모건처럼 자산가치를 수시로 재평가할 권리를 가진 은행들이 움직이기 시작하면 시장 전체에 연쇄 반응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모대출 펀드가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금의 정확한 규모는 그간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나 최근 규제 당국과 신용평가사들의 조사로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무디스(Moody’s)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미국 은행권이 사모대출 펀드 및 기업개발공사(BDC) 등에 제공한 대출 규모는 약 3000억 달러(약 400조원)에 달한다. 미 재무부 산하 금융연구국(OFR)은 이보다 많은 최대 3450억 달러(2610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특히 OFR은 보고서를 통해 “일부 사모대출 펀드가 보고한 차입금이 실제 레버리지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는 사모대출 시장의 부실이 발생할 경우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제도권 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의미여서 당국의 경계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이미 자금조달 비용 상승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과거 사모대출 펀드들은 담보인기금리(SOFR)에 150bp(1bp=0.01%p)를 더한 수준에서 저렴하게 자금을 빌려왔으나, 최근에는 가산금리가 최대 275bp까지 치솟고 있다.
주요 글로벌 은행들은 올해 예정된 대출 차환(리파이낸싱) 과정에서 대출 조건을 대폭 강화하거나, 상황 파악을 위해 신규 대출을 일시 중단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정치권의 압박도 거세다. 엘리자베스 워런, 잭 리드 등 미 상원의원들은 최근 규제 당국에 보낸 서한에서 “그림자 금융(사모대출)의 균열이 결국 은행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철저한 감시를 촉구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