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전쟁①] 써클이 그리는 한국판 스테이블코인, 첫 관문은 ‘외국환법’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미국의 대표스테이블코인발행사들이 한국 금융권 및디지털자산(가상자산)거래소와의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달러 기반스테이블코인의 국내 유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외국환거래법 등 규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디지털자산업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제레미 알레어 써클(Circle) 창립자는 오는 13일 방한해 KB·신한·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와 업비트, 빗썸, 코인원 등거래소, 다날·갤럭시아머니트리 등 핀테크 기업과 연쇄 면담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후에는 간담회 등 자체 행사도 계획돼 있다.
특히 두나무와 빗썸과는 업무협약(MOU) 체결이 추진된다. 단순 거래 지원을 넘어 기업 간 거래(B2B) 중심의 결제·송금 인프라 구축이 주요 논의 대상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법인의 디지털자산 시장 참여 허용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마련하려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USDC 기반 사업 확장뿐 아니라, 써클의 인프라를 활용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사업으로의 확장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써클은 ‘써클 민트 싱가포르(Circle Mint Singapore)’ 파트너를 대상으로 지급(Payouts) API를 확대하며 아시아 지역 결제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다. 또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EURC를 발행한 사례를 고려할 때, 동일한 구조를 활용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임병화 성균관대 핀테크융합전공 교수는 “써클이 단순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확장하려는 게 아니라, 국내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선점하려는 전략일 수도 있다”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써클 인프라로 발행하는 방안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테더(Tether) 역시 최근 한국을 방문해 코인원, 빗썸, KB금융 등과 접촉한 바 있어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의 국내 공략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금융권도 스테이블코인을 결제 인프라에 접목하기 위한 실험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금융은 KB국민카드를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결제 모델 구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 31일 아발란체, 오픈에셋과 협력해 USDC 기반 결제 모델을 개발 중이며, 충전부터 결제, 정산까지 전 과정을 기존 카드 시스템과 연동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9일엔 솔라나·안랩블록체인컴퍼니와 협력을 확대하며 관련 기술 검증을 이어가고 있다.
신한금융 역시 카드 사업을 중심으로블록체인결제 인프라 구축에 나섰다. 지난 9일 아톤, 블록오디세이 등 국내 기업과 솔라나, 파이어블록스, 비자, 마스터카드 등 글로벌 파트너와 협력을 맺고, 기존 카드 결제 시스템에 스테이블코인과블록체인기술을 결합했다고 밝혔다.
지난 30일에는 마스터카드와 함께 ‘AI 에이전트페이’ 실증을 통해 AI가 검색부터 결제까지 수행하는 구조도 테스트했다. 신한카드는 해당 사업에 스테이블코인 연동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하나금융은 두나무의 블록체인망 ‘기와’를 활용해 예금토큰기반 국제 송금 기술 검증을 마쳤으며, 올해 3분기까지 관련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핀테크 기업들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갤럭시아머니트리는 코빗과 스테이블코인 결제 사업 협력을 추진 중이며, 다날 역시 원화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정산 전 과정에 대한 기술 검증을 완료했다.
이 같은 흐름을 고려할 때 향후 이용자가 원화로 스테이블코인을 구매한 뒤 이를 온·오프라인 결제망에서 직접 사용하는 구조까지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송금 서비스는 현행 법체계상 즉각적인 상용화가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외국환거래법상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대외지급수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국경 간 거래를 위해서는 관련 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전자금융거래법도 주요 변수다. 기존 결제 시스템은 선불전자지급수단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어, 스테이블코인을 결제에 활용하려면 별도의 정의 신설 또는 제도 편입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스테이블코인을 지급수단으로 인정하는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며, 정부 역시 국경 간 스테이블코인 거래 규율 방안을 마련 중이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을 실제 결제·송금에 활용하려면 외국환거래법상 대외지급수단으로서의 정리가 필요하고, 전자금융거래법 체계에서도 현행 규정만으로는 포섭에 한계가 있어 별도 정의나 제도 보완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지급수단이 아니라 외환, 전자금융, 자금세탁 규제,자본시장법(이자·수익 배분 구조가 있는 경우 적용 가능성), 은행법·지급결제 규제(준비자산 구조 및 지급결제 기능과 관련된 규제 정합성 문제)뿐만 아니라 이용자 보호·책임 체계, 개인정보·데이터 규제, 과세 체계, 글로벌 규제 정합성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는 영역”이라며 “개별 법률 차원의 접근보다는 관련 규제 간 정합성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현재 발의 단계까지 가지 못한디지털자산기본법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유통과 관련된 사항들이 구체화 돼야 한다.
김익현 변호사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유통을 포괄하는디지털자산기본법까지 포함해 전반적인 법체계가 정비돼야 비로소 안정적인 상용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나서는 배경에는 글로벌 결제 시장 경쟁이 자리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반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SWIFT망 대비 낮은 비용으로 24시간 실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금융사 입장에서는 해외 송금 수수료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실제로 디지털자산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 뿐만 아니라 러시아, 터키, 인도 등 신흥국까지 빠르게 확대 중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지난 2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단순 투자 목적을 넘어 국경간 송금, 결제 보조수단, 역내 통화 가치 하락에 대한 헤지 수단 등 실물적·기능적 수요에 기반한 활용이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신흥국에서 높은 환율변동성, 물가상승 압력, 자본유출 위험, 그리고 국내 금융시스템 접근성의 구조적 제약이 결합되면서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결제 수요가 증가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특히 AI 기반 결제 환경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2일 전 세계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리눅스재단이 ‘x402 재단’을 공식 출범했다. x402는 코인베이스가 개발한AI 에이전트결제 프로토콜이다. AI가 서비스에 접근하면 서버가 가격을 응답하고 예산이 범위 내일 경우 스테이블코인으로 자동 결제되는 구조다.
임병화 교수는 “API 호출 단위로 결제가 가능한 x402 프로토콜이 등장하면서 AI 에이전트가 스스로 결제하는 구조가 현실화되고 있다”며 “이러한 환경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가장 적합한 결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