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Media 2026-04-12 13:00

[스테이블코인 전쟁 ②] 시장 99% 장악한 ‘달러’…각국은 자체 통화코인으로 방어

[스테이블코인 전쟁 ②] 시장 99% 장악한 ‘달러’…각국은 자체 통화코인으로 방어

글로벌스테이블코인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달러 기반스테이블코인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이에 각국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나서고 있지만, 실질적인 통화 주권을 지키기 위해선 정교한 제도 설계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은 올해 약 3100억달러(약 460조원)를 넘어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약 99%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디지털 기축통화’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차세대 결제 수단을 넘어 달러 패권을 유지·강화하는 전략적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미 재무부는 스테이블코인을 ‘달러의 인터넷 기반 결제 인프라’로 규정하며 달러 접근성 확대와 미국 국채 수요 증가 효과를 공식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발효된 지니어스(GENIUS) 법안 역시 스테이블코인 준비자산을 달러와 미 국채 중심으로 구성하도록 규정하며 제도권 편입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미국의 재정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미국의 국가 부채는 지난해 10월 기준 38조달러(약 5경6000조원)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고, 고금리 환경 속 이자 비용 부담도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이 가운데 단기 국채 수요를 지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실제로 국제통화기금(IMF)는 스테이블코인 수요 증가가 단기 국채 금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될 경우 각국의 통화 주권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실사용 영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자국 통화 가치가 약화된 국가에서는 대체 결제 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이 주요 결제 인프라로 자리잡을 경우 자본 유출과 통화 대체 현상이 더 많은 국가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각국은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온체인데이터 플랫폼 듄 애널리틱스(Dune Analytics)에 따르면 비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규모는 작지만 의미 있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 공급량은 약 12억달러(약 1조8000억원) 수준이며, 월간 전송 규모는 약 100억달러(약 15조원)에 달한다.

유럽에서는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대표적으로 EURC는 비달러 스테이블코인 전체 전송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총 공급량은 5억달러(약 7415억원)를 넘어섰고 약 19만개의 주소가 이를 사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본과 브라질 역시 법·제도에 기반한 자국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디지털자산정책에 적극적인 싱가포르도 활용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스트레이츠X(StraitsX)가 XSGD와 XUSD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지금까지 180억달러(약 27조원)가 넘는온체인거래를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핵심은 기술 개발보다 제도 설계에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자국 통화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하더라도 탈중앙화거래소(DEX)를 통해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손쉽게 전환이 가능한 만큼, 오히려 자금 유출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연합(EU)은 2024년 6월 디지털자산시장규제(MiCA)를 시행하며 스테이블코인 준비금의 일정 비율을 유럽 은행에 보관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유로 기반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유럽 은행 컨소시엄이 미카(MiCA) 규정을 충족하는 유로 스테이블코인을 준비하는 등 ‘규제형 스테이블코인’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아시아 주요 금융 허브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단일통화 스테이블코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해 자국 통화뿐 아니라 주요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했다. 홍콩은 발행 인가제를 도입해 허가받은 발행자 중심의 제도권 시장 형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일본 역시 법 개정을 통해 발행 주체를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 제한하는 방식으로 안정성을 강화했다.

타이거리서치는 “세밀한 제도 설계를 통해 기술의 문은 열되 자금 흐름까지 내주지는 않고 있다”며 “각 관할권은 발행 요건과 준비금 규제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설계하며 개방과 통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 있다”고 분석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