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시장 금융화·연결 전략 부상…“규제 정비가 선행돼야”
[블록미디어 김해원 기자] 디지털 자본시장이 ‘통합’이 아닌 ‘연결’ 중심으로 재편되고, 탄소시장 역시 금융상품화와 데이터 기반 구조로 진화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블록체인과 디지털 인프라를 기반으로 자본시장과 녹색금융을 연결하는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22일 서울 금투센터 불스홀에서 열린 ‘디지털 자본시장과 녹색 디지털 금융의 통합 전략 세미나’에서 현석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 교수는 “한국과 일본은 탄소배출권을 증권이나 금융상품으로 보지 않고 행정 관리 대상으로만 취급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가격 형성과 금융상품 확장이 제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석 교수는 기존 자본시장 통합 방식의 한계를 지적하며 “규제와 제도를 일치시키는 방식의 통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제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서로 다른 시장을 연결하는 ‘커넥티비티’ 중심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산 발행·거래·결제 인프라를블록체인기반으로 연결할 경우, 국가별 규제 차이를 유지하면서도 효율적인 크로스보더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녹색금융 분야에서는 데이터 기반 전환의 필요성이 강조됐다. 현 교수는 “기존 녹색채권은 자금 사용처 검증이 어려워 그린워싱 문제가 반복됐다”며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탄소 감축 효과를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별로 분절된 탄소시장 역시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연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럽과 인도네시아 사례도 비교됐다. EU는 탄소배출권을 금융상품에 준하는 성격으로 보고 중앙은행이 감독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는 이를 증권으로 규정해 금융감독당국이 직접 관리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환경부 중심 관리 체계에 머물러 있어 ETF나 파생상품 등 시장 확장이 쉽지 않은 구조라는 설명이다.
국제 협력 측면에서도 한국은 일본 대비 뒤처져 있다는 평가다. 일본은 교토의정서 이후 30여 개국과 탄소 감축 협력 체계를 구축했지만, 한국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또한 한국의 총량제(cap) 방식과 일본의 집약도(intensity) 방식 차이로 양국 간 직접적인 크레딧 연계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허규만 아시아개발은행 박사도 아세안+3 차원의 공동 탄소시장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허규만 박사는 “2027년 한국이 의장국을 맡는 만큼 역내 ETS 구축 논의를 주도할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규제·법률·기술적 문제를 정리해 재무장관·차관 회의 의제로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권 기회도 언급됐다. 탄소배출권을 기초자산으로 한 ETF와 파생상품, 구조화 상품, 국제감축성과(ITMO) 기반커스터디·결제 비즈니스 등이 새로운 성장 영역으로 제시됐다. 특히 증권사의유동성공급 참여 확대에 따라 관련 금융상품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어 허 박사는 “탄소시장의 디지털 전환은 크레딧의 디지털화가 아닌 신뢰 가능한 금융 인프라의 구축”이라며 “제도만큼 기술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두 발표자 모두 기술에 앞서 규제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디지털 자산과 탄소시장 모두에서 명확한 법적 정의와 감독 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시장 확장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날 열린 ‘디지털 자본시장과 녹색 디지털 금융의 통합 전략 세미나’는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연세대학교 환경금융대학원이 주최했다.
출처: Block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