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ckMedia 2026-05-14 17:00

[클래리티액트 분석①] 토큰, 증권인가 상품인가…美, 10년 규제전쟁에 룰북 쓴다

[클래리티액트 분석①] 토큰, 증권인가 상품인가…美, 10년 규제전쟁에 룰북 쓴다

H.R.3633 하원 통과 후 상원 은행위 심사 단계SEC·CFTC 관할 충돌 정리 시도…디지털상품은 CFTC, 증권성 발행은 SEC네트워크 토큰·앤실러리 애셋 도입…60일 인증·공시 체계가 핵심

[블록미디어 정윤재 에디터] 미 상원 은행위원회가14일(현지시각)디지털자산(가상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마크업 표결에 들어간다.위원회는12일 새벽309페이지 분량의 대체수정안 텍스트를 공개했고,의원들은13일까지130건이 넘는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번 수정안은 지난해 하원을 통과한디지털자산시장 명확화 법안(Digital Asset Market Clarity Act of 2025·H.R.3633)을 상원 논의에 맞춰 재정리한 것이다.법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관할 분리,토큰증권성 판단,발행자 공시,디파이(DeFi·세이프하버)및 개발자 보호,불법금융 대응,은행의 디지털자산 업무 등을 포괄한다.

클래리티 법안은 미 동부 기준이날 오전 10시30분에 열리는 상원 은행위원회 마크업 표결을 거쳐 본회의 논의로 향한다.하원을 통과한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이 상원 조문 협상의 출발점이 된 셈이다.미국 디지털자산 규제의 핵심 쟁점인토큰분류와 감독기관 관할 문제가 실제 입법 문안 수준에서 다뤄지기 시작했다.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의 핵심은 토큰의 법적 성격이었다. 즉,증권인지,상품인지가 수년간 업계를 괴롭혀 온 주제였다.

비트코인(BTC)은 명확한 발행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논쟁이 적었다.문제는 다수알트코인이다.재단이나 개발사가 존재하고 초기 투자자도 있다.향후 개발 계획 역시 제시된다.투자자들은 토큰의 사용 가치뿐 아니라 프로젝트 팀의 실행력과 성장 가능성까지 함께 평가한다.

이 때문에 미국 증권법상 투자계약 판단 기준인 하위 테스트(Howey Test)가 디지털자산 규제 중심에 놓이게 됐다.

그동안 미국 디지털자산 규제는 입법보다 소송이 앞섰다. SEC는 다수 토큰을 투자계약으로 판단하고거래소와 발행사를 상대로 집행에 나섰다.업계에서는 이를 이른바‘집행을 통한 규제(regulation by enforcement)’라고 비판해왔다.

분위기 변화는2025년 들어 본격화됐다. SEC는지난해2월27일 코인베이스와의 민사 집행 소송을 취하한다고 발표했다.당시 직무대행이던 마크 우예다위원장은SEC가 디지털자산 정책 방향을 주로 집행 과정에서 제시해왔다는 점을 인정했다.동시에 별도 규제 체계 마련을 위한 크립토 태스크포스(Crypto Task Force)작업을 이유로 들었다.클래리티 법안는 이런 흐름 위에서 등장했다.

법안은 디지털자산을 규제하지 않겠다는 접근이 아니다.어떤 기관이 무엇을 규제할지 역할을 나누려는 시도에 가깝다.디지털상품 거래 인프라는CFTC중심으로,증권성 발행과 공시·투자계약은SEC중심으로 구분하는 구조다.

법안의핵심개념은네트워크토큰(network token)과앤실러리애셋(ancillary asset) 두 가지다.

네트워크 토큰은분산원장시스템과 본질적으로 연결돼 있고,가치가 해당 시스템 사용에서 발생하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지털상품이다.법안은 이런 네트워크 토큰을 연방 증권법상 비증권으로 취급하는 구조를 제안한다.

앤실러리 애셋은 중간 영역에 해당한다.토큰 자체는 네트워크 기반 자산이지만 가치가 여전히 발행자나 관련자의 기업가적·경영적 노력에 의존하는 경우다.초기 프로젝트 토큰이나 재단 주도 토큰,개발사 영향력이 큰 토큰 등이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은 모든 토큰을 증권으로 보지도 않는다.반대로 모든 토큰을 상품으로 분류하지도 않는다.토큰 기능과 발행 구조,통제력,정보 공개 수준,네트워크 성숙도에 따라 법적 지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접근이다.

레귤레이션 크립토(Regulation Crypto)도 새롭게 도입된다.일정 요건을 충족한 앤실러리 애셋 관련 투자계약은SEC등록 의무를 면제받을 수 있다.한도는 연간5000만달러 또는 총 유통가치의10%가운데 큰 금액이다.총 조달액은2억달러를 넘을 수 없다.

이는 사실상 미국 내 합법적ICO프레임워크 부활로 해석된다. 2017년ICO붐 이후 미국은 토큰 발행을 위한 별도 면제 경로를 마련하지 않았다.프로젝트들은 해외 법인이나Reg S우회 구조에 의존해왔다.레귤레이션 크립토는 이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첫 시도로 평가된다.

법안에서가장주목받는장치는사전인증(prior certification)절차다.

법안은 네트워크 토큰이라도 우선 앤실러리 애셋으로 추정한다.이를 벗어나려면 발행자나 디지털자산 중개업자가“이 토큰은 앤실러리 애셋이 아니다”라는 인증서를SEC에 제출해야 한다.

SEC가60일 안에 반박하지 않으면 인증은 효력이 발생한다. SEC가 거부하려면 합리적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인증 거부는 최종 행정행위로 간주돼 사법심사 대상이 된다.

다만 무제한 면책은 아니다.인증서에 중대한 허위진술이나 누락이 있을 경우SEC는 인증 효력을 정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다.이후 집행 조치에도 나설 수 있다.시장 진입 길은 열어주되 허위 공시에 대한 책임은 유지하는 구조다.

앤실러리 애셋으로 남는 토큰에는 공시 의무가 부과된다.발행자 정보와 경영진,개발 경험,개발 계획,재무자료,관계자 보유량,거래 내역,공급량,거버넌스,위험요인,코드 감사,커스터디정보 등을 공개해야 한다.단순백서수준이 아니라 사실상 요약형 사업보고서에 가까운 구조다.

거래소역할도 달라진다.법안은 일정 조건 아래 디지털자산 중개업자가 발행자를 대신해 공시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상장 플랫폼이 단순 거래 장소를 넘어 공시와 상장 유지의 핵심 관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클래리티 법안 핵심은 단순한 법률 분류에 머물지 않는다.시장이 토큰을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 것인지에 더 가깝다.

법안은 토큰의 구조를 본다.누가 네트워크를 통제하는지,가격과 가치가 특정 재단이나 개발사 노력에 얼마나 의존하는지 따진다.내부자 물량이 어떻게 분배돼 있는지,투자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는지도 핵심 기준이 된다.

이 기준이 실제 적용되면 국내 시장 역시 영향을 피하기 어렵다.중요한 것은 웹3나 탈중앙화라는 선언 자체가 아니다.실제 운영 방식이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코드 감사 여부와 재단 권한,거버넌스 구조,내부자 보유 물량,유동성과 거래 구조 등이 프로젝트 신뢰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떠오를 수 있다.다만 이는 법안이 실제 통과될 경우에 가능한 시나리오다.

다만 실제 입법까지는 정치적 변수가 남아 있다.폴리마켓 기준 연내 통과 확률은60%안팎이다.가장 큰 쟁점은 트럼프 일가의 디지털자산 사업과 관련한 이해상충 조항이다.

민주당은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World Liberty Financial)등 트럼프 일가 사업을 겨냥한 가드레일 없이는 법안을 본회의에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반면 백악관은 특정 직위를 겨냥한 조항은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커스틴 길리브랜드 민주당 상원의원은 해당 조항 없이는 상원60표 확보가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상태다.공화당 단독 처리만으로는 통과가 어려운 구조다.결국 협상 결과가 법안 통과 여부를 좌우할 전망이다.토큰 분류와 사전 인증,레귤레이션 크립토가 실제 시장 규칙으로 자리 잡을지는 정치 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출처: BlockMedia